국회에 가면 귀신 다스리는 '남근석'이 있다?

 

처녀귀신 목격괴담에 7m 높이로 비석 세워

 

대다수 풍수지리 전문가들, "남근석 효과 미미"

 

"국회의사당 터 풍수지리학상 부적합" 의견도

 

 

 

국회의사당이 들어서 있는 여의도 1번지. 여의도섬 한쪽 낮은 구릉지역인 이곳은 조선시대 당시 양과 말을 키우던 곳이라 하여 ‘양말산’이라 불렸다. 그 후 조선 중기부터 궁녀들의 공동묘지터로 쓰였다고 알려지면서, 이들의 한(恨) 때문에 여야의 정쟁이 끊이질 않는다는 추측이 한동안 국회 내에 떠돌았다. 한술 더 떠 의원회관에서 야근을 하던 한 보좌관이 처녀귀신을 목격했다는 소문까지 이어지면서 이 추측은 기정사실화됐다. 이에 지난 해 5월 김태랑 전 국회 사무총장은 한 서린 음기(陰氣)를 다스리기 위한 비보책(裨補策) 차원에서 국회 본청 후문 앞에 거대한 남근석을 세우게 된다. 즉 양으로 음을 다스린다는 것이다.

 

 

 

◆남근석이 아닌 배의 ‘닻’이다(?)=이 돌은 높이 7m, 하단 폭 2.6m, 상단 폭 2.2m에 무게만 68t이 넘는 규모로 ‘국민과 함께하는 민의의 전당’이란 글귀가 쓰여 있는 평범한 비석이다. 하지만 각도를 달리해 유심히 보면 양쪽에 둥그런 바위까지 더해져 영락없는 남자의 성기 모양이 된다. 이 남근석 효과에 대해 대부분의 풍수지리 전문가들은 다소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전항수 한국풍수지리연구원장은 “남근석이 음기를 누르는 효과는 극히 미미한 편”이라고 했고, 이종두 천기아카데미원장은 “원래 혼들은 차고 습한 냉기가 있는 곳을 좋아하는데, 차가운 음의 성질을 지닌 거대한 돌로 어떻게 음기를 누를 수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에 대한 또 다른 해석도 있다.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장은 “남근석은 ‘풍요’와 ‘자산’을 상징하는데, 이것도 여근석이 있어야 힘(?)을 발휘한다”면서 ‘삼막사 남여근석’을 예로 들었다. 고 회장은 그러면서 “국회 내 남근석은 음기를 누르는 것이 아닌, 배를 묶어놓는 ‘닻’으로 해석하는 게 옳다”는 색다른 견해를 내놨다. 즉 여의도 섬 모양이 배가 떠나가는 행주(行舟) 형태로, 배가 풍랑을 만나 조난을 겪듯이 늘 정치권이 시끄럽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거대한 비석을 ‘닻’으로 삼아 ‘여의도 배’를 출항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게 고 회장의 주장이다.

 

 

 

◆국회의사당은 풍수상 부적합한 터=근본적으로 국회의사당 터 자체가 풍수지리학상 부적합하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지종학 풍수지리연구소장은 “물은 재물’을 관장하는데, 국회의사당은 물이 빠져나가는 여의도 서쪽끝자락에 자리를 잘못 잡아 기(氣)와 재물이 빠져나간다”면서 “몸이 허약해지면 잔병치레가 많고 신경이 예민해지듯이, 정치인들도 불협화음을 이루게 된다”고 말했다. 전항수 한국풍수지리연구원장 또한 “원래 섬은 지기가 약하고, 더군다나 무덤이 있던 자리는 건물을 짓기에는 매우 부적합한 터”라며 “국회의사당은 풍수지리의 원칙인 배산임수조차 무시됐고, 정문도 한강이 흐르는 방향을 거슬러 지어져 아주 잘못된 건축물”이라고 주장했다.

 

신갑용 기감풍수지리연구원장은 “여의도는 장사꾼의 터이지, 국가중추기관이 앉을 자리가 아니다”면서 “서울교 아래 물이 없으니, 배가 좌우로 움직이지 못해 밑자락이 썩어들어가 정치인들이 부패한다”고 진단했다. 풍수학의 대가인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도 “여의도는 배가 서쪽으로 떠나가는 형국이고, 국회의사당과 의원회관은 배 앞머리에 해당돼 사공이 뱃머리에 몰려서 떠들어대는 꼴"이라고 해석한 바 있다.

 

이에 반해 일부 풍수전문가들은 ‘명당은 내 마음속에 있다’고 말한다. 즉 사람 마음먹기에 따라 좋은 땅, 나쁜 땅이 판가름난다는 뜻이다. 한나라당 송광호 의원도 “우리 의원들이 터를 탓할 게 아니라, 국민을 진정으로 섬기다 보면 자연스레 의사당 터가 ‘안온하면서도 좋은 기운이 서린 명당’으로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진호 기자

 

 

 

 

 

 

 

BBS뉴스 정치  장진호 기자 / 2009-01-31 오후 4:16: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