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8-02-08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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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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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주장관
 조회 : 5,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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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 오후 각자 차례를 지낸 다음 처갓집으로
언니 동생 동서들이 모여든다.
한 바탕 말도 없이 음식에 탐닉하더니만
고스톱팀, 그리고 이바꼬팀으로 자연스럽게 나뉜다.
나는 고스톱팀에도 이바꼬팀에도 끼지 않은 채 그저
술상 앞에서 무슨 미련이 있는지?
내가 원래 고스톱에 별 흥미가 없는 것을 아니 고스톱판에서
부르지도 않고, 그전에는 가끔 이바꼬팀에 간섭도 했는데,
이상하게도 금년에는 처음부터 골프 이야기다. 동남아 태국
필드가 어쩌니 필리핀이 어쩌니, 시간만 있으면 동료들과 산을
오르내리며 명당 구경을 하면서 한탄만 했던 내가 도저히 끼일
공간이 없다. 알아주거나 말거나 술잔을 앞에 놓고 나름대로 생각을
한다.-시간에 대하여- 관악산 28대 제왕지지는 몇 년, 남원 천황봉 아래
30대 군왕지지는, 속리산 천황봉 아래 49대 제왕지지는,하고 제법 계산을
해보는데, 밀양 종남산의 천지 동행지지에서 그만 막혀 버린다.
天地同行은 몇 년? 내머리로써는 답이 안나온다.
맹한 머리에 갑자기 겁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겁하고 천지동행하고
어느 것이 더 길까? 겁에 대해서는 언젠가 책에서 읽은 기억이 있다.
한 겁은 사방 百里, 그리고 높이가 百里인 城에 가득차 있는 겨자씨를
메뚜기 한 마리가 일년에 한 번씩 와서 물어가서 겨자씨가 다 없어지는
시간이란다.-아이고 머리야 술 한 잔하고 그냥 모른척 하고 잠이나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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