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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08-02-17 23:50
[스페셜리포트] 숭례문 화재원인 ‘풍수 괴담3’ [일간스포츠]
 
[스페셜리포트] 숭례문 화재원인 ‘풍수 괴담3’ 
 
  
 
지난 10일 숭례문(남대문) 화재 사건으로 기와가 불에 타서 무너질 때, 그 장면을 지켜보던 대한민국 국민들의 가슴도 무너져 내렸다. 까맣게 전소돼 버린 숭례문의 모습에 사람들의 가슴도 함께 타들어 갔다.
 
온 국민을 안타깝게 하고 분노하게 만들었던 숭례문 화재 사건으로 사람들은 숭례문에 얽혀있는 조상들의 옛 이야기를 다시 끄집어내어 곱씹게 됐다.
 
무심코 구경만 하며 지나쳤던 숭례문이 조선 건국 당시 경복궁에 미칠 수 있는 나쁜 기운을 막아주기 위해 세워졌다는 것, 숭례문의 현판과 기왓장 하나 하나가 조상들의 손길이 묻어있는 소중하고 아름다운 문화 유산이자 작품이었다는 사실, 그리고 국보 1호 숭례문을 잃고 나서 국보 2호가 무엇인지, 우리의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관심을 갖게 됐다는 점 등이다.
 
숭례문 화재를 계기로 우리 마음 속에 되살아난 옛 문화재에 얽힌 이야기들을 짚어봤다.
 
 
●서울 시내 문화재와 풍수지리
 
◇사대문에는 저마다의 기능이 있었다
 
조선이 한양을 도읍으로 정한 후 지어진 건물들은 모두 건축시 풍수지리를 고려했다. 고려 말에는 '비보 풍수'가 크게 성행했는데, 이는 땅의 나쁜 기운을 막기 위해 연못이나 건축물 등을 인공으로 지어 넣는 등 풍수의 부족한 점을 인위적으로 보완하는 것을 말한다.
 
이 때문에 조선 시대 사대문과 경복궁 등의 건물에는 나쁜 기운을 막는 기능이 숨어 있다.
 
널리 알려진 대로 숭례문의 기능은 남쪽 관악산의 화기(火氣)를 막는 역할이었다. 서울 남쪽의 관악산은 산세가 불꽃을 연상케 하는 화형산(火形山)이었다. 불의 기운이 매우 강해 경복궁에까지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한국풍수지리연구원의 전항수 원장은 "이 때문에 조선 초에 경복궁을 지을 당시 정도전과 무학대사의 의견이 충돌했다. 무학대사는 남쪽의 화기가 강해 경복궁을 동향으로 짓자고 한 반면, 정도전은 임금이 남면을 해야 된다며 남향을 고집했다"고 밝혔다.
 
결국 정도전의 의견대로 경복궁은 남향이 됐다. 대신 불의 기운을 막기 위해 남대문을 지었고, 그 현판 역시 불을 막는 역할을 하도록 했다. 숭례(崇禮)라는 글자가 불꽃을 나타내기 때문에 불로써 불을 다스리게 했던 것. 또한 숭례문 앞에 '남지'라는 연못을 만들어 불기운을 막았고, 광화문 앞에는 불을 막는다는 상상의 동물 해태상을 만들었다.
 
과학적인 화재 예방 장치를 하기 어려웠던 과거 조상들은 이처럼 풍수지리사상을 근거로 철두철미하게 화재를 예방했고, 숭례문은 고난의 역사 속에서도 600여 년을 꿋꿋하게 버티면서 ‘불 지킴이’ 노릇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숭례문이 후손들의 부실한 화재예방체제 탓에 타버렸다는 것은 그야말로 역사의 아이러니다.
 
한편 숭례문 외에 다른 문들도 각각의 역할이 있었다. 동쪽의 흥인지문은 기를 돋우는 문이었다. 서울은 유독 동쪽에 산이 없어서 이 부분의 기가 약하고, 동쪽에서 침입하는 외적 때문에 시달릴 수 있다고 해서 유일하게 동쪽의 문은 네 글자로 이름을 지었다. 특히 '지(之)'를 넣어서 힘을 보완했다는 설명이다.
정북쪽에 지어진 숙정문(肅靖門)은 문의 구실을 하지 않았다. 북문을 열어 놓으면 음기가 침범하여 서울 부녀자들의 풍기가 문란해진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대신 숙정문 서북쪽으로 약간 비껴서 홍지문을 내고, 그 곳을 통해 드나들었다. 서쪽의 돈의문은 의로움을 상징한다는 이유로 일제로부터 제거 당했다.
 
사대문은 유교 사상에 따라 지어진 건물이기도 하다. '한국의 풍수지리와 건축'을 지은 박시익 명당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사대문과 더불어 사대문의 중앙에 있는 보신각은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의 오상(五常)을 뜻하고 있다. 각각 인(흥인지문) 의(돈의문) 예(숭례문) 지(홍지문) 신(보신각)을 가리킨다"고 설명했다.
 
 
 
◇건물마다 숨어 있는 깊은 뜻
 
조선 태조 4년인 1395년 경복궁이 준공되고 4년 후인 1399년 왕가 형제들 사이에 골육상쟁이 일어났다. 이 때문에 한양이 불길하다고 생각한 2대 왕 정종은 수도를 개성으로 다시 옮겼다. 하지만 개성 궁궐에 화재가 발생하는 등 불길한 일이 이어졌다. 수도를 개성으로 하자는 의견과 다시 한양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으로 조정이 어수선해진 것은 당연한 일.
 
박시익 대표는 저서 '한국의 풍수지리와 건축'에서 당시 점괘로 수도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양은 '2길1흉' 개성과 모악산은 '1길2흉'으로 한양이 유리하다는 점괘가 나와 태종 5년(1405년) 다시 도읍을 한양으로 옮겼다.
 
경복궁은 북악산을 중심으로 완만하게 내려온 평탄한 용의 중심맥 위에 임좌병향으로 자리잡고 있다. 경복궁의 동쪽에는 종묘를, 서쪽에는 사직단을 배치한 '좌묘우사(左廟右社)의 배치다. 또 경복궁 남쪽에는 원구단을 만들어 하늘에 제사를 지냈고, 북쪽에는 주산인 북악산이 있다.
 
경복궁 내의 경회루는 우리 고유의 '삼신사상'에 근거해서 지어졌다. 사각형 연못 속 세 개의 섬이 있고, 그 섬으로 가기 위한 다리가 세 개 있는 모양이다.
 
삼신이 출입하기 위한 다리라는 고유의 삼신사상이다. 경회루의 평면 형태는 정면 7간, 측면 5간의 총 35간으로 이뤄졌고, 평면의 가장 중심에 있는 공간은 3간이다. 이 중심 공간에는 각각 전후좌우 3중의 기둥을 두었는데, 이 3간 공간 역시 삼신을 상징한다.
 
또한 근정전은 '삼신오제' 사상 중 '오제'에 해당하는 건물이다. 왕이 신하들의 조하를 받고 공식적인 대례를 행사하는 근정전은 주변 4면을 회랑이 둘러싸고 있다. 4면의 회랑은 동서남북의 수호신인 청룡, 백호, 주작, 현무를 뜻한다. 근정전까지 포함해서 5방위를 이루게 되는 모양으로 '오제' 사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풍수전문가들이 말하는 숭례문 화재와 복원
 
숭례문 화재 이후 흉흉한 '풍수 괴담'이 돌았다. '광화문 복원공사 때문에 해태상을 치운 게 불을 막지 못한 화근이었다'는 것부터 '숭례문 용마루 끝의 어처구니 하나가 지난해 갑자기 없어졌던 게 안 좋은 징조였다' '화재가 난 날은 서울대 출신 인사들이 대통령실 수석으로 대거 발탁되던 날이라 관악산의 화기가 절정에 달했다'는 황당무계한 말까지 있었다.
 
풍수전문가 중에도 이 말 중 일부에 동의하는 의견을 내놓는 이가 있다. 벽사개운풍수 대한풍수지리연구원의 야은거사는 "조선시대 이후 숭례문 앞 연못인 남지를 없앴고, 최근 해태상까지 자리를 비우면서 숭례문 혼자 힘으로 화기를 견디기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풍수연구가들은 이러한 풍문에 대해 단호하게 "근거 없는 말"이라고 잘라 말했다. 청화 전통 현공 풍수지리연구소의 이청화 원장은 "앞뒤 안 맞는 미신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볼썽사나운 책임 전가와 다를 바 없다는 의견도 있었다.
 
대신 이번 화재가 우리 문화를 소중히 여기지 않았던 것에 대한 경고라는 의견은 한결 같았다. 대한풍수지리학회의 강환웅 이사장은 "남지를 없앤 데다 숭례문을 조선시대처럼 아끼고 철저하게 관리하지 못한 탓"이라고 강조했다.
 
강 이사장은 "한양은 성곽도시였다. 주역의 팔괘에 따라 문을 8개 만들었고, 이에 따라 도성의 화기가 충만하게 했다. 하지만 현재 서쪽의 돈의문과 남서쪽의 소덕문은 없어졌고, 숭례문은 전소됐다. 하루 속히 과거의 문들을 모두 복원하고 아껴서 도시의 기를 소통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풍수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숭례문과 함께 남지를 복원하는 게 풍수적으로 좋다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나타냈다. 전항수 원장은 "나쁜 불의 기운을 막기 위해서는 물이 필요하다. 숭례문을 복원하면서 문 앞 광장에 분수를 세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시민들도 즐길 수 있고, 풍수적으로도 나쁜 기운을 막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은경 기자
홍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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